제 746 호 전통을 품은 감각, '뮷즈'가 이끄는 문화 상품 열풍
국가유산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2024년 문화 상품 매출은 약 118억 8000만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 상품 브랜드는 ‘뮷즈’로, 출시하는 상품마다 바로 품절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 상품 판매는 단순한 굿즈의 판매가 아닌 문화유산을 알리고 보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뮷즈의 성공 비결과 한국의 문화 상품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알아본다.
뮷즈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전신인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은 2006년 문화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 유물 및 문화재를 활용한 귀빈용 문화 상품 개발을 추진했다. 이들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로 국립박물관 문화 상품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고, 국립박물관 문화 상품을 대표하는 브랜드 ‘뮷즈(MU:DS)’를 2022년에 론칭했다.
뮷즈는 박물관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뮤지엄(M useum) 과 상품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굿즈(G oods)' 를 합친 말로, 박물관에 소장 중인 작품을 모티프로 한 '박물관 굿즈'를 이르는 말이다. ‘나에게 온 보물, 뮷즈'을 슬로건으로, 전통 문양과 한글 자음, 모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작하였다.
▲뮷즈 공식 로고(사진: https://www.museumshop.or.kr/kor/main.do)
뮷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여러 국립박물관(국립 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 국 립익산박물관, 국립 진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국립 경주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내에 있다.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재현한 상품, 공예작가의 수공예 작품, 간단한 문구류, 전통을 재해석하여 디자인한 생활용품,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용 상품과 예술 서적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단순한 박물관 방문 기념품이 아닌 우수한 품질과 디자인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뮷즈 대표 상품
뮷즈의 대표 상품 중 첫 번째는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세트’이다. 김홍도의‘필 평안감사향연도’에 등장하는 취객 선비 3인방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변색 소주잔으로,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시온 안료를 사용했다. 차가운 술을 따르면 선비들의 얼굴이 붉게 변하여 즐거운 술자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2023년에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인기가 많아 작년 한 해에만 6만 잔이 팔리고, 재입고되는 즉시 품절이 되어 재입고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세트(사진: https://www.museumshop.or.kr/kor/main.do)
두 번째 대표 상품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유물 반가사유상을 미니어처로 제작한 것으로, 미륵보살의 미소와 옷주름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작년 한 해 2억 7400만 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하며 가장 많이 팔린 뮷즈이자, 외국인이 많이 구입한 상품 중 2위를 차지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사진: https://www.museumshop.or.kr/kor/main.do)
세 번째 상품은 작년에 출시된 석굴암 조명이다. 2024 뮷즈 공모 선정작으로, 석굴암의 모습을 3d 프린터를 통해 입체적으로 담아낸 조명이다. 펼치고 닫을 수 있는 구조로, 실제 석굴암을 둘러보는 듯한 평온함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석굴암 조명(사진: https://www.museumshop.or.kr/kor/main.do)
뮷즈의 매출
뮷즈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립박물관 문화재단에 따르면, 2024년 뮷즈의 매출액은 약 213억 원으로, 2023년 대비 42%가 늘어났다. 2020년 대비 약 5년간 465%가 증가했다. 그중 온라인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 약 52억 원으로, 2023년 매출액 22억 2900만 원과 비교해 134% 증가했다.
▲국립박물관 뮷즈 매출액 추이(사진:https://www-dbpia-co-kr.libproxy.smuc.ac.kr/pdf/pdfView.do?nodeId=NODE12087055)
뮷즈의 오프라인 매장 구매자 비중을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30대가 36.6%로 가장 많았다. 20대는 17.4%, 40대는 17.4%, 50대 이상은 17.1%, 10대는 11.5%를 차지하고 있다.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가 54%로 절반 이상을 구성하고 있다. 2020년부터 30대 구매자 비중은 꾸준히 1위를 기록해 왔으며, 최근엔 40대의 구매 비중이 줄고 50대 이상의 구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상품 구매자 중 외국인의 비율은 2020년 대비, 3배가량 늘어났다.
▲연령대/내외국인 매출 구성비 (사진:https://www-dbpia-co-kr.libproxy.smuc.ac.kr/pdf/pdfView.do?nodeId=NODE12087055)
주목할 것은 뮷즈의 매출액과 박물관 관람객 수의 정비례 관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 수와 국립중앙박물관 지점 뮷즈의 매출액을 중심으로 살펴봤을 때, 5년간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문객 수와 뮷즈 매출액은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24년에는 2023년 대비 방문객이 감소했지만, 2020년과 비교하면 329.2% 증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는 이들이 뮷즈에 들러 많은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뮷즈가 박물관 관람객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박물관의 관람객 유치에 뮷즈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뮷즈 매출액 추이 및 관람객 추이(사진:https://www-dbpia-co-kr.libproxy.smuc.ac.kr/pdf/pdfView.do?nodeId=NODE12087055)
뮷즈의 성공 비결
기존에도 전통문화를 활용한 문화 상품은 있었다. 그러나 뮷즈가 화제가 되는 것은 기존 박물관의 문화 상품에 비해,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다각화한 상품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 감각을 더한 문화에 대한 조형적 연구를 통해 일상생활에 실용적인 상품을 제작한 것이다. 단순히 문화유산을 복제하는 것이 아닌, 문화유산의 가치에 실용성을 더했다. 실제로 ‘백제 금동대향로 미니어처’와 ‘부뚜막 인센스 세트’, ‘석굴암 조명’은 각각 향로와 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문화 상품 개발 및 운용 부서와 ‘뮷즈 공모전’과 같은 다양한 공모전을 통해 독특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개발해 내는 것도 인기 요소 중 하나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라는 기업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비싼 가격에 판매하더라도 믿고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뮷즈가 MZ세대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는 독특한 박물관 굿즈를 소비하며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자 하는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사극이나 유물 전시 등을 통해 전통문화를 접했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전통문화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와 할머니들이 먹고 입는 음식과 패션 취향을 따라 하는 '할매니얼'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앞으로의 뮷즈, 그리고 문화 상품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국립박물관이 보유 중인 다양한 소장품을 활용하여 문화 상품을 개발하였다. 한국의 유, 무형의 문화유산을 수집·전시하는 국립박물관의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박물관 문화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 앞으로 뮷즈와 같은 성공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의 문화 상품을 개발해 나간다면, 문화 상품의 매출 증진은 물론이고 문화유산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지연 기자